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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테고리 없음 2025.09.08

괜찮은 척을 멈춰도 되는 순간

조카가 세 살쯤 되었을 때였다. 가벼운 봄날, 조카는 나보다 몇 걸음 앞서 걷고 있었다. 양팔을 휘젓고 신이 나서 걷던 녀석이 갑자기 꽈당, 고꾸라졌다. 순간적으로 달려가야 하나 싶었지만, 그땐 왠지 그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고 싶어졌다. 그래서 일부러 못 본 척하고 잠시 멈춰 섰다. 조카는 쓰러진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. 그리고 무릎을 툭툭 털었다. 혼자서도 거뜬히 일어났다.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가, 그제야 나와 눈이 마주쳤다. 그 순간이었다. 우르르 쏟아지는 감정처럼, 갑자기 “우왕~~~!!!”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. 좀 웃겼다. 눈물도 없던 얼굴에, 날 본 뒤에야 서럽게 울기 시작한 모습이. 그 순간 확신했다.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, 조카는 울지 않았을 거란 걸. 그 애는 아마도 진짜로 아..

일상 에세이 2025.04.16